80시간의 기적!

사회봉사 80시간 전·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다

기고 문찬웅(수원준법지원센터) | 기사입력 2019/12/17 [14:19]

80시간의 기적!

사회봉사 80시간 전·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다

기고 문찬웅(수원준법지원센터) | 입력 : 2019/12/17 [14:19]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수원보호관찰소 봉사과에 신고를 위해 출석했다. 죄명과(공동상해) 다르게 온화한 얼굴이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담당자의 지시에 마지못해 따르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직업(실내 인테리어) 등 신상정보를 파악하며 면담을 이어가던 중 사회봉사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물으며, 자신은 건축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같은 환경에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사회봉사 직접집행에 배치되면 지역 영세농가에서 농촌 지원활동이나, 지자체 행사 지원 등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자 집행분야는 동의를 하면서 생업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조정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집행시간에 대한 원칙과 예외(탄력집행)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그럼 사회봉사 하다 굶어 죽으란 얘기냐, 내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보호관찰소에서 대상자 면담 과정에서 흔히 볼수 있는 광경으로, 시간이 지난 후 판결문 등 서류가 접수되고 범죄경력을 조회한 결과 대상자는 상해, 폭행 등 전과 12회가 확인되어 담당자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되는 대상자였다. 

 

초기 면담대로 사회봉사 직접집행에 의해 배치 된 대상자는 사회봉사 첫 날 지역 영세농가에서 농촌 지원 활동을 펼쳤다. 농사일이 익숙치 않은지 일에 집중하지 못했으며 휴식시간에는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만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푸념 섞인 말과 불만을 토로하며 주변 대상자들의 동조를 얻고 있었다. 대상자의 언행이 작업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대상자를 불러 부정적인 언행을 삼갈 것을 지시하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 입으로 말도 자유롭게 못 하나”라며 감독자의 지시에도 불응하며 실랑이를 펼쳤다.

 

농촌 봉사 활동으로 사회봉사 시간이 누적되고 있었으나 대상자가 가진 사회적 불만이나 보호관찰소 직원에 대한 적대감에 변화가 없을 때 쯤, 지역 주민센터 관내 환경미화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10월 중순 가을로 접어든 계절이었지만 한 낮의 작업은 땀이 많이 날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기였다. 휴식시간 대상자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 고령의 할머니가 이런 임대아파트까지 와서 쓰레기를 정리해줘서 고맙다며 대상자에게 시원한 물을 건네었다. 다소 놀란 대상자지만 이내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사는 곳인데 당연히 와서 정리를 해야죠”라며 넉살 좋게 물을 받아 마셨다. 이후 대상자는 휴식시간 내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저 나이에 돌봐 줄 가족이 없으면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겨울이 되기 전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을 선정해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시에 따라 농촌 지원 협의체인 농협중앙회와 공동으로 지원에 나섰고 화성 남양에 있는 노부부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작업 전날 대상자에게 주거환경개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누가 사는 집이고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작업 첫 날 대상자는 주거지 둘러보고 “이런 곳에서 장애가 있는 노부부가 살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상자는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하면서도 다른 대상자들에게 시공에 대한 노하우 알려주고 우리에게도 좀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작업 전체에 대상자의 열정과 기술이 녹아들고 있었다.


2박3일 간의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차량 안에서 대상자는 암투병으로 누워 있던 할아버지가 “정말 고맙다, 올 겨울에는 집사람이 고생을 덜 하겠다”는 말을 자신에게 전할 때 정말 눈물이 울컥했다며 정말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아동학대(방임)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던 대상자의 주거환경개선 작업 도중 대상자의 사회봉사 집행이 완료되었다.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 돈 많이 벌면서 살라는 담당자의 농담 섞인 말에 이 작업은 마치고 갈 생각이라는 말에 직원 뿐만아니라 다른 대상자들까지 놀랐다. 내가 없으면 작업이 제대로 되겠냐며 내일 현장으로 나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으며 다음 날 약속한 대로 대상자는 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를 데리고 나와 현장을 설명하고 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이번 작업은 아이들을 위한 작업인 만큼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작업을 마무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대상자의 말에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지역 영세화훼농가에 간이 화장실 설치 계획을 세우던 중 대상자에게 도움을 청해보자는 의견에 따라 대상자에게 조심히 전화를 걸었다. 사정 설명을 들은 대상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참석을 결정을 했고 다음 날 현장으로 달려와 마치 고가의 계약 공사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작업에 임했고 대상자의 모습에 보호관찰소 직원은 물론 농협 관계자들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상자는 사회봉사 종료 소감으로 “인생을 되돌아보면 항상 만족은 없었으며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인생이었다. 내가 가진 능력이 먹고 사는 일에만 필요한 하찮은 기술인 줄만 알았는데 누군가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회봉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내 가족에게 좋은 남편과 아빠로서 열심히 살 생각이 어려운 이웃을 둘러보고, 이들의 만족에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대상자가 마친 사회봉사 시간은 80시간이었다. 80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길고 짧음은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고 인생에 있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있었다면 짧지만 긴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봉사 80시간 전·후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제 가족 앞에 당당히 설수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 다하며 살아 갈 것을 그를 지켜본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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